나에게도 짝은 있는가. 파란만장 로맨스 다이어리

<웰컴투 결혼정보회사> 진짜 결혼은 가능한가? [24]

  • 작성 언어: 한국어
  • 기준국가: 대한민국country-flag
  • 기타

작성: 2024-07-07

작성: 2024-07-07 20:57

애칭


“애칭 정하면 재미있을 거 같긴 한데, 급한 건 아니니 천천히 생각해볼까요?”

“애칭 생각해보기~! 콜!!”

극 소수 천생연분인 사람들은 일반적인 호칭을 쓰지 않고 애칭을 사용한다고 한다.

나에게도 그럴 기회가 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남자친구는 사귀기로 한 다음날,

애칭을 정해보자고 제안했다.

제일 흔한 자기, 달링, 영어 이름까지 고민해 봤지만 생각보다 애칭을 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제가 어젯밤에 애칭 좀 더 생각해봤는데요! 공주님 어때요?”

“아.. 공주님이라고 불려본 역사가 없어서”

“그럼 중간중간 불러보고 어색하거나 소름이 자주 돋거나 하면 바꿔요.”

나는 솔직히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나 몇 번 장난처럼 하다가 말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놀리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애정을 담아 애칭을 불러줬다.

처음엔 웃기고 당황스러워서 그 다음엔 창피하고 민망해서 웃음이 터졌다.

간지럽고 쑥스러워도 기분은 좋았다. 이런 게 다 연애지 뭐!

그럼 남자친구 애칭은 뭐냐고?

오빠.


사주카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각자의 연애 흑역사를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나는 사주궁합 보고 잠수 이별 당한 게 가장 큰 사건이었고

남자친구는 결정사 첫 만남에 나온 여성분이 외모도 좋고 직장도 좋고

두루두루 다 나이스 한 분이셨는데, 대화 막바지에 “음주 운전 걸려서 면허가 없어요.”란 말에

와장창 이미지가 박살 났었단 일화를 털어놓은 적은 있다.

참, 여자나 남자나 세상엔 별 사람이 다 있다.


하루는 익선동에서 밥도 먹고,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갑자기 남자친구가 사주카페에서 사주를 보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거의 즉흥적으로 작은 액세서리 가게에 자리잡은 사주카페를 들어갔다.

혼자나 친구들과 가서 본 적은 있지만, 연인과 함께 손잡고 들어가는 건 둘 다 처음이었다.


40~50대로 추정되는 주인이 각자의 사주를 확인하고 남자친구의 풀이부터 시작했다.

원래 한 번이라도 사주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지나간 과거는 기가 막히게 잘 맞춘다.

그리고 MBTI 테스트처럼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 조심해야 할 점들을 알려주기 때문에

참고할 정도는 된다.


“남자친구가 첫눈에 반했네요.”

순간 남자친구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여자 보는 눈이 꽤 까다로운 사람이라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살펴보던 주인장은 몇 옥타브는 목소리가 높아져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와~ 오와~ 여자분이 더 만만치 않으신 분인데요?”

세상 신기한 것을 본 것처럼 말소리도 덩달아 빨라졌다.

“우와~ 철옹성 같은 철벽인 ‘유교걸’인데 그 틈이 올해에 좀 무너졌어요.

그 틈을 남자친구가 들어온 거고요. 이건 거의 남자 쪽 조상신이 안타까워서 도와줬다고 봐야 됩니다.

여자한테 선택 당한 거예요. 남자가 노력 엄청 많이 했겠네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사주에서 저런 게 나오는 건가요?


결론적으로 두 사람 다 이상형이 비슷해서 잘 맞고, 사주상으로 서로 보완 받는 부분이 있어서

잘 맞는다고 했다. 그는 만족했고, 나는 쪽팔려서 고개를 숙였다.

더 궁금한 거 없냐고 하는데 ‘철벽 유교걸’에서 K.O 당해 더 물어볼게 없었다.


“내년에 둘 다 결혼 운이 들어와있으니 잘 만나보세요!”


용한 사주카페를 나서며, 여러 감정이 파도치고 일렁였다.

남자친구는 혹시 안 좋은 소리 나오면 좋은 얘기 나올 때까지 보러 다니려고 했다면서

나의 트라우마를 없애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킨십에 대해 불안감이 있는 것도 눈치챘고,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기다리겠다면서 날 안심시켰다.

행복하고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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