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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umis AI가 요약한 글
- 결혼정보 회사에 대한 편견과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였지만, 황당한 이별 후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에 결정사에 가입하게 되었다.
- 30대 후반 여성의 현실적인 기준과 객관적인 자기 평가를 통해 나에게 맞는 매칭 시스템을 선택했고, 사진 없이 진정한 블라인드 데이트를 통해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다는 점에 만족했다.
- 이제 결혼정보 회사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고,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와 함께 설렘과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잘되면 결혼하나 싶었는데 속상해하는 엄마.
동생의 연애를 축하하며 김칫국을 마셔댔던 언니와 형부는 민망해하며 위로를 전했다.
그런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을 내 동생이 만나는 건 싫다고.
오죽하면 내 연애에 왈가왈부하신 적 없는 아빠마저 내 눈치를 살피시는 듯했다.
“다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충격받을 정도로 그 녀석을 좋아한 게 아니야.
물론 좋았지. 나 좋다고 공주님 대접해 주니까.
아, 이 정도면 잘 만나볼 수 있겠다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된 거고.”
슬픈 게 아니라 어이없고 짜증 났다.
아니, 빡쳤다.
반년도 더 지난 뒤 소개팅 주선자가 사건의 진상을 얘기해 줬는데,
예상대로 사주풀이가 안 좋다는 말을 듣고 상황이 그리된 거라고 했다.
이 일이 벌어진 직후에는 내가 너무 상처받을까 사실대로 얘기해 주지 못했다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어서 그저 한참을 웃었다.
조상신이 도왔다 치자. 더 오래 만나다가 감정이 깊어졌는데 이런 상황이 생겼으면 어쩔 뻔했나.
믿을만한 지인에게 소개받아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이 나오다니.
“그래서 오셨군요.”
“네, 그럴 바에 그냥 검증된 곳에서 소개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요.”
작은 테이블을 두고 마주 보고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긴 단발의 여성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웰컴투 결혼정보회사
왜 이제 오셨어요
결혼정보 회사. 일명 결정사.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미지의 세계.
분명 상당한 수요가 있음에도 명확한 후기를 찾아보기 힘든 이 시장도 요즘엔 많이 힘들다고 한다.
힘들게 짝을 찾아 결혼하는 게 아니라 독신으로 인생을 즐기며 살겠다는 젊은 층이 늘어나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짝을 찾으려 이곳의 문을 열고 싶어 하지만 선뜻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돈을 줘가며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지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자연스러움을 거스른다는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솔직히 가장 큰 건 자존심이 상한다는 거고.
30대 중반을 넘기고 솔로의 종지부를 찍게 될 줄 알았던 겨울.
황당한 이별을 하고 제일 아쉬웠던 건 겨우 연애 세포가 깨어났는데 다시 솔로가 됐다는 거였다.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구걸하듯 부탁하며 지인들과 서로 불편한 상황이 될 바에야
심플하게 정식으로 검증된 사람을 소개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은 잡았는데 어디로 가야 한담.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꽤 많은 결혼정보 회사가 있었다.
어딜 가도 광고를 볼 수 있는 대형 업체부터 소규모 업체까지.
남들도 해봤을 ‘결정사 후기’ 검색을 하며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할지 한참 찾아봤다.
여자는 나이가 깡패고, 남자는 직업과 재력이 깡패입니다. 늦기 전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멘탈 털릴 각오가 안됐으면 추천하지 않아요.
자기 객관화가 잘 됐다면 괜찮습니다.
그 돈 갖다 바치느니 차라리 동호회를 나가세요.
추천과 비추천이 반반이고, 대부분 광고 글에 지나지 않아 생각보다 객관적인 후기를 찾기란 어려웠다.
다만 한 가지, 회원이 많아야 평균적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30대 초반이 선호하는 대형 업체는 명단에서 제외했다. 갔다가 괜히 상처만 받을 것 같아서.
30~40대가 주로 가입하는 대형 업체 중 눈길이 가는 업체를 예약하고 방문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예약자 이름을 확인한 후 작은 상담실 방으로 안내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앞에 놓인 따뜻한 머그컵을 만지작거리며 상담실을 둘러봤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평범했다.
어떡해야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적당한 가격의 가입비를 지불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반갑게 인사하며 상담 실장이 들어왔다. 웃는 얼굴이 예쁜 상냥한 이미지의 여성분이었다.
“여긴 어떻게 오시게 되셨을까요?”
그녀는 가입하고자 하는 동기와 이 곳을 선택한 이유를 가장 궁금해 했다.
전부 다 말하자니 장황하고, 굵직한 사건들을 간단히 줄인 나의 잔혹 연애사를
상담 실장은 마치 친동생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중간에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공감하며 경청했다.
그들의 역할은 심리적으로 가까워져 일종의 고민 상담소처럼 털어놓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인상 깊었던 말은 “너무 운이 없었네요.”였다.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해보고, 천 년의 또라이들을 만났던 것들은 그저 운이 없어서였다고.
잘못 살았거나 못나서가 아니라 그냥 지독하게 운이 없었다는 말이 가슴에 쿵 하고 울렸다.
난 가입할지 말지를 고민하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결정은 이미 했고, 어느 서비스에 가입할지 알아보는 단계라는 걸 파악하자 상담실장은 더욱 진지해졌다.
“왜 이제 오셨어요. 더 빨리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지만 사실 나는 스물일곱인가 여덟에 결정사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여대 출신 리스트가 결혼정보 회사에 팔려 돌아다닌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실제 연락받고 놀랐었다.
그 제안이 꽤 괜찮고 유혹적이었기 때문에 엄마와 상의하고 가입했었는데 결론은 사기였다.
그 업체는 소개 횟수를 다 채우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더니 나중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나왔던 사람들도 실제 가입한 회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가 아니었나 싶고.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사기질에 놀아나지 않으리 결심했었다.
그러니 더 빨리 왔으면 진작 좋은 사람 만났을 거라는 말은 잘못됐다.
가입 신청서는 엄청 대단한 정보를 적는 건 아니고, 기본 신상 정보에 경제적 부분이 추가된다.
내가 현재 모아놓은 자산이 대략 어느 선이고 부모님의 노후 대비가 되어 있는지를 적는다.
그리고 원하는 남성상에 대한 상담이 이어졌다.
종교는 무교. 거주지가 서로 가깝고, 나이 차는 6살이 이내.
직업은 자영업이나 프리랜서보다 평범한 직장인이면 좋겠다고 했다.
대략적인 설명을 듣던 상담 실장은 물개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골드미스 여성들 대부분 기준이 너무 높아 매칭이 힘든데,
모든 면에서 평범한 보통 기준을 가진 나 같은 사람은 너무 매칭이 쉽다는 거였다.
쉽게 말해 주제 파악이 잘 됐단 소리였다.
이 업체가 마음에 들었던 건 매니저 외에 사람들은 사진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먼저 사진을 보고 나가면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생겨서 더 안 좋았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진정한 블라인드 데이트로 만나서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고심 끝에 가장 무난하다고 판단한 '소개 횟수 제'로 결정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회사를 다녀야 할 강력한 동기가 되어 줄 카드 명세서를 받았다.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재직증명서, 졸업 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심사팀에서 이상 없는지 확인한 후
매칭을 시작한다고 했다.
주사위는 던졌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그 중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