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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와 제부도 데이트를 하면서 말차라떼를 마셨는데, 입가에 묻은 녹색 거품을 몰랐다는 사실에 쪽팔렸다.
- 하지만 남자친구는 내가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냅킨을 가져다 주었고, 덕분에 썸은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 이번 데이트를 통해 그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확신을 얻었고, 앞으로 그를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차라떼
사람마다 사랑의 속도는 다르다.
순식간에 불붙어 타올랐다가 빠르게 식는 사람이 있고,
천천히 사랑에 빠져 오랫동안 따뜻함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 그 속도는 노력한다고 맞춰지진 않는다.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한 명의 엄청난 희생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와 나는 사랑의 속도가 비슷했다.
숨이 차지 않지만 지루하지도 않은 속도로 나란히 걷는 것처럼.
우리는 매일 아침 출근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틈틈이 톡을 주고받았고, 가끔 전화 통화도 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탐구할 수 있었는데 “어! 너도? 나도!” 쿵 짝이 잘 맞으니 얼마나 신났는지.
야근하고 늦게 끝나는 날,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고
주말에는 멀지 않은 근교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기도 했다.
그렇게 다섯 번을 만나며 서로 조금씩 가까워졌고 호감은 더 커졌다.
이번 주말에는 조금 멀리 나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제부도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차가 없었던 경우가 많았고, 썸 관계에서도 오랜 시간 단둘이 차를 탄 경험이
거의 없어서 사실 설렘보다 긴장감이 더 컸다.
하지만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그에게 들키고 싶진 않았다.
오전 일찍 만나서 출발하는데 그는 내가 마실 따뜻한 차를 미리 준비한 텀블러에 담아왔다.
세심하기도 하지. 매너 점수 플러스 원.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구름 많고 햇빛 좋은 날이라 눈이 제법 부셨다.
선글라스는 당연히 안 가져왔는데 남의 차를 타서 선바이저를 함부로 손대기도 애매하고,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아.. 눈이 참 부시구나’ 생각하던 그때, 운전하던 그가 “잠시만요, 눈부시죠?”
하며 조수석의 선바이저를 내려 햇빛을 가려주는 게 아닌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매너 점수 다시 플러스 원.
제부도에 도착하니 바람에 짠 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우리는 바닷가를 보며 잠시 거닐다가 칼국수를 먹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그는 캐머마일 티를, 나는 말차라떼를 주문했고, 잠시 후 음료가 나왔는데
연한 녹색의 녹차라떼가 아닌 지옥에서 끓다 온 녹조에 가까운 진한 음료가 찻잔 가득 담겨있었다.
너무 당황했지만 다행히 맛은 괜찮았다.
우리는 바닷가가 보이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지더니 냅킨을 들고 나타났다.
“입가에.. 필요하실 거 같아서요.”
“아, 뭐가 묻었어요?”
웃으며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내고 봤더니 아뿔싸, 냅킨이 온통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정도면 묻은 게 아니라 바르고 있던 수준인데 왜 몰랐지?
푹 고아 끓인 곰탕처럼 진득하던 말차라떼가 입가에 계속 남아있던 거였다.
아마 내가 혓바닥으로 핥던, 냅킨으로 닦던 알아서 하겠지 지켜보다가
보다 못해 냅킨을 줬을 거라고 생각하자 쪽팔림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 망했다.
이 꼬라지로 얘기하고 있었다는 건가. 흰 거품도 아니고 이 녹색 거품을?
왜 하필 그 많은 메뉴 중 말차라떼를 시켜가지고.
“이제 그만 일어설까요?”
오후 3시. 아직 시간도 이른데 벌써 돌아가자니.
이렇게 썸이 끝나는 건가.
서울로 돌아오는 1시간 반 동안 차 안에서 혼자 자책하며 약간 침울해져 버렸다.
그런 기류를 그 남자가 감지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다.
“차가 밀릴까 봐 일찍 나오긴 했는데, 그냥 헤어지기엔 좀 아쉬워서요.
홍대 쪽으로 가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정 떨어져서 집에 데려다 주는 줄 알았던 나는 연장된 데이트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아, 내가 이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구나.
두 번째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며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확신했다.
이 남자를 꼭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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